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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선교사

[나의성소이야기] [My Vocation Story] "청년세실과 성모님"_Sr. 김양미 세실리아, MSC

작성자 MSCSRK 작성일20-12-09 조회조회 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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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세례를 받고,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 손에 이끌려 성당에 가고 성당 마당에서 놀았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학업을 핑계로 신앙생활에 소홀해졌어요. 

미사는 너무나 지루했고 재미없었기 때문에 성당에 가기가 싫었거든요. 하지만, 성당에 안가면 잔소리를 들으니까 마지못해 꾸역꾸역 갔습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다른 도시에서 혼자 자취를 했는데, 그 이후로 주일 미사도 가끔 나가면서 소위, '나이론 신자'가 되었지요. 그러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계획했던 일들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내 삶의 방향을 잃고 방황을 하게 되었어요. 내가 무엇을 하고 살고 싶은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겠고, 삶 자체가 참 무의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때, 어머니의 권유로 성지순례를 가게 되었고, 순례지의 한 성당에서 우리를 맞이하신 신부님께서, "성모님께 성소를 위해서 기도하겠습니다. 다 같이 눈을 감고 기도합시다. 기도 중에 성모님께서 자기 앞에 서 계신다고 느껴지는 사람은 성소가 있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솔직히 속으로 참...말도 안되는 얘기 하신다고 생각하면서, 다들 눈 감고 기도하니까 나도 눈을 감았어요. 도중에 혼자 실눈을 뜨고 정말 내 앞에 성모님이 계신가 싶어 확인했지만, 성모님을 보지 못했고, '역시나...그렇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순례를 다녀온 뒤에  그 장면이 계속 내 마음에 남았어요. 시간이 좀 더 지난 뒤에, 그 때, 순례지의 성당에서 기도하던 순간에, 내가 마음으로 '성모님께서 내 앞에 계시기를' 바랐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그 때부터 여러 수도회를 방문하면서 '수도 성소'에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다른 무엇보다 우리 수도회의 편안한 분위기에 마음이 움직여서 입회를 하게 되었어요. 자유롭고 인간적인 따스함이 느껴졌었거든요. 그 때 나는 예수 성심에 대해서도, 선교에 대해서도 정말 잘 몰랐지만, 막연하게 예수님의 '자유로움'이 마음에 와 닿아서 그분처럼 살고 싶다고 갈망했었습니다. 


수도 생활을 통해서 나의 조건, 능력, 성취와 상관없이, '나'라는 존재 자체를 사랑하시는 예수님 마음의 사랑이 나를 진정 자유로운 삶으로 이끌어 주심을 체험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예수 성심 안에 머물며 그분의 사랑을 더 깊이 체험하고 그 마음을 닮아가도록, 일상의 삶을 통해서 매 순간 새롭게 초대 받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 초대에 온 마음으로 응답하려고 애쓰면서 예수 성심의 사랑을 전하는 소박하고 단순한 ‘예수 마음의 선교사’로서의 저의 성소 여정을 오늘도 그분과 함께 걸어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