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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선교사

[나의성소이야기] [Vocation Story] Sr. 김수진 아녜스, MSC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2-03 조회조회 3,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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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성당에 열심히 다닌다면 엄마에게 힘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첫 영성체를 하면서부터 성당에 다니게 되었다. 당시 아버지께서 아프셔서 어머니께서 직장을 다니면서 가정을 책임지셨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당시 어머니께서는 많이 힘드셔서 성당에 다니기 시작하셨던 것 같다.

어머니와 함께 나도 성당에 다니게 되었는데, 성당에 가면 미사 시간에 계속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것이 귀찮아서 성당에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도 미사는 꼬박꼬박 참례했는데, 신앙이 있어서가 아니라, 힘든 엄마에게 성당을 열심히 다니는 모습이 힘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20대가 되었을 때, 성당에서 활동해 보기로 마음을 먹고 성가대에 들어갔다. 성가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았고, 그제야 성당이 참 재미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 십 년쯤 성가대 활동을 재미있게 했지만, 내적으로는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 그 이유가 뭔지 잘 모르는 상태로 이 삼 년을 그렇게 더 지냈다. 그러던 중 같이 성당에서 활동하던, 같은 아파트에 사는 언니가(파우스티나 수녀님) 갑자기 수녀회에 입회한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겉으로 보기에 나와 다른 점을 느끼지 못했는데, 내 주변에도 저렇게 수녀원에 가는 사람이 있구나’…싶었다. 언니의 수녀회 입회식 전날 저녁에 만나서 얘기를 나누었는데, 짐을 싸면서 내 생각이 났다고 하며 수녀원에 놀러 오라고 했다. 나는 그러겠다고 약속을 해버렸다. 그 약속이 계속 마음에 남아 있던 어느 날, 수녀원에서 하는 기도모임에 초대를 받았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기도모임이 있었기에 참석했다. 기왕 참석하게 되었으니 한 1년 정도 함께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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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수도생활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내 마음의 허전함, 빈자리는 하느님의 자리였다.


그렇게 기도모임을 다니다가 갑자기 "수녀원에 들어가서 한 번 살아보자"는 마음이 생겼다. 그렇게 갑자기 수녀회에 입회를 다짐하고 준비를 하게 되었다. 한편 나는 부모님께서 수녀회 입회를 반대하신다면 나의 마음이 약해질까 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야 입회에 관하여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수녀회 입회를 하고 초기 양성 과정을 보내면서 나의 부족함, 관계 안에서의 나의 모습 등을 만나면서 ‘나는 수도성소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나는 학교나 성당, 직장에서 평범하게 살아왔기에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나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어려운 일들을 겪으면서 하느님의 사랑은 더 많이 체험하게 되었다. 내가 붙잡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는 일이 참 어려웠는데, 그로 인해서 하느님을 찾게 되었다. 

때때로 어머니의 신앙이 나에게 큰 힘이 되었는데, 어머니께서 바라셨듯이 우리 가정을, 그리고 나를 지켜주셨던 하느님께서 나의 수도성소 역시 지켜주시리라는 믿음이 더해졌다.

지금 돌아보면 수녀원에 오기 전에 내가 느꼈던 마음의 허전함, 그 빈자리가 하느님의 자리였음을 이제는 확실히 깨닫는다. 수도생활을 하면서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의 의미를 다 알지는 못한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실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분께서 정해주신 자리에서 '하느님의 때'를 기다린다. 신앙 안에는 항상 희망이 있고, 하느님 안에 희망을 두기에 지금 나는 행복하다.


나의 하느님은 ‘항상 나를 기다려주시는 분’이다. 나는 내가 세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어야 좋아하는 성격이고, 그렇게 잘 되지 않을 때 조급하고 불안해지곤 한다. 하지만 하느님 안에 머물 때, 하느님과 함께 있을 때,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 너무 급하게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거듭 깨닫는다. 내가 먼저 나 자신을 기다려 줄 때, 다른 사람들도 기다려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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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함께 하는 아이들을 통해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지금 사도직 현장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살면서, 아이들에게 사랑을 많이 줘야 하는데 나에게 사랑이 부족하다는 것을 종종 느낀다. 오히려 아이들을 통해서 사랑이 부족한 내가 사랑을 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 사도직을 하면서 아이들로 인해 내 마음이 변화되고 있다고 느낀다.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 아이들이 ‘사랑 받고 있음’을 느끼는 것을 본다. 그리고 나의 작은 사랑에 본인들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을 주는 것으로 답하는 아이들을 통해서 나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Image_사도직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아녜스 수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