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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선교사

[나의성소이야기] [Vocation Story]Sr. 이금진 이레나, MSC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9-30 조회조회 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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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저에게 입회를 하기전에 성소가 있었느냐고 물어본다면 "글쎄요...잘모르겠어요." 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같습니다. 저는 수녀원에 입회 후에 저의 삶을 돌아보면서 아! 그게 성소라는 것이었구나...라고 깨달았으니까요.

저는 독실한 불교집안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다닐 때 까지 부처님을 믿었습니다. 불교에도 주일학교 같은 프로그램이 있어서 주일에는 절에 가서 법문도 배우고 맛있는 간식도 먹고 여름에는 수련회도 가서 친구들과 재밌는 추억도 만들고..나름 열심한 불도(?)로 생활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중학교 때 스스로 하느님을 믿게 되었고 이후 성당에 다니고 싶었지만 가족들의 반대로 다니지 못하다가 대학 4학년 때 세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세례 후에는 대모님이 레지오 단장님이셨기에 자연히 청년레지오에 가입하게 되어 성모님도 알게 되었습니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했던 저의 외롭고 방황했던 마음이 성당 생활을 통해 평화와 기쁨을 얻었고 성당에 가면 제 마음이 정화되고 고요해지는 것이 좋았습니다.

20대 초반의 저는 겉으로 보기에 아주 밝고 적극적인 청년이었지만, 내면은 외롭고 많이 공허했습니다. 어린시절 부모님께로부터 충분히 사랑 받지 못했다고 느꼈고(중년을 살고 있는 지금은 부모님을 이해하고 최선을 다해 저를 사랑하셨다고 인식하게 되었지만요..) 열등감이 많았어요. 자신감도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로부터 다른 것들로부터 그 부족한 사랑을 채우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사랑받고 싶은 갈증과 허한 마음을 채울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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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나의 귀염둥이, 나의 사랑이다”

(이사야서 43.4)

 

레지오 활동 중 참여한 피정 때, 70세는 족히 넘어 보이는 인자한 모습의 서울 레지아 단장님이 저희를 반갑게 맞아주시며 건냈던 말씀이었는데 “우리는 모두 하느님 안에 귀염둥이”라고 나이가 100살이 되어도 하느님은 우리를 그렇게 귀엽게 보아주신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울렁거림과 벅찬 감동이 일어났고 계속 눈물이 났습니다. 피정기간 내내 그 말씀이 생각났고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따스함과 위안으로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 때 ‘하느님께서 주시는 위로와 사랑은 다르구나, 그분만이 내 마음의 구멍을 채워주실 수 있구나’ 하고 어렴풋이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우리 수녀회에서 운영하는 복지관에 사회복지사로 취직하게 되었고, 그때 함께 일했던 수녀님의 권유로 성소피정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세례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수도자의 삶은 저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었기에 수녀님이 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단지 마음과 영혼이 너무 많이 지친 상황이었기 때문에 부산에 여행 한번 다녀오자는 불순한(?) 마음으로 가볍게 피정을 갔습니다. 피정 때 특별한 느낌이나 감흥도 그다지 없었는데 부산으로 내려갈 때 그리고 피정을 마치고 서울로 다시 올라올 때 제 마음이 고요한 숲속을 거닐고 있는 것처럼 너무 평화롭고 잔잔한 호숫가처럼 감미로웠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울로 돌아온 후 저의 삶은 180도 변화되었습니다. 전과 달리 저의 삶은 알 수 없는 기쁨과 평화가 흘러 넘쳤고 제 삶의 중심은 하느님이 되었습니다. TV 앞에서 죽치고 않아 밤새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저의 일상이었는데 매일 새벽미사를 다니게 되었고 퇴근 후에는 평화방송을 즐겨 보게 되었습니다. 레지오 회합때만 쥐던 묵주를 손에 들고 춭퇴근 길에 기도를 드리게 되었고 생활성가를 듣고 영적독서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고 싶었고 마음이 끌렸습니다. 직장에서나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너무 귀하게 생각되었고 모든 것이 감사했습니다. 저의 얼굴과 태도에는 미소와 친절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이런 저의 생활과 마음의 변화에 너무 놀랐고 이게 도대체 뭐지? 하는 의문점을 상담하게 되면서 입회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지만 제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주님께 대한 저의 마음은 물 흐르는 듯이 평화로웠고 단단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하느님께 대한 큰 사랑이나 다른 이들을 위한 봉사 같은 동기도 그다지 없었고 성소에 대한 많은 숙고나 고민 없이 입회를 하였습니다. 제 변화를 상담했을 때 성소담당 수녀님께서 그러면 입회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고 저는 '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인가 보다'하는 생각에 그냥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입회 초기에 성소를 언제 느꼈나요? 성소가 무엇이었어요? 하는 질문을 받았을 때 뭐라고 대답할 줄 몰라서 고민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제 누가 저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주님은 저의 온 존재를 매료시키셨고 조건 없는 사랑을 주셨다고. 그 사랑을 체험한 것이 저의 성소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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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나의 귀염둥이,

내 사랑이라고 불러주시며 제 마음의 깊은 갈망을 채워주시는 주님,

저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주시는 아빠 하느님,

이 거룩한 사랑의 길, 당신과 함께 하는 기쁨의 길로 초대해 주신 당신께

진심으로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당신과 함께 영원한 기쁨을 누릴 그날까지 성심의 선교사로 살아갈 수 있도록

부족한 저를 이끌어 주시고 꼭 붙들어 주소서.

 

아멘.


Image_2014년 슈발리에 축제 중에 이레나 수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