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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선교사

[선교사이야기] [Mission Story][페루] Sr. 이은정 데레사, MSC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9-22 조회조회 4,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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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루로 선교를 떠나온 지 어느덧 5년째


제가 페루에 산지도 벌써 햇수로 5년째 되었습니다. 전례나 모든 행사들을 페루 달력에 맞추어 살다 보니, 어느새 설과 추석이 다가와도 크게 감흥이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나 수녀님들로부터 연락을 받고, 추석 인사를 받게 되면 ‘아, 오늘이 추석이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한국에 계신 가족들과 우리 수도회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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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칼 신부님을 위해 한국의 순교자들께 전구를 청합니다.


오늘은 마침 9월20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대축일'을 맞아 순교자들께 전구를 청했습니다.  이곳 반고아에서도 저녁에 미사를 봉헌하면서, 본당 신부님께서는 특별히 저와 한국 교회를 위한 지향으로 기도를 찐하게(?) 해 주셨습니다. 마침 한국은 추석 아침이라 저는 순교자 대축일 미사와 추석 미사를 함께 드리며 모든 가족들과 친지들 그리고 수도회 가족들과 지인들을 기억하며 기도하였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저는 미사 중에 함께 선교하고 있는 선교사들을 위해서도 기도 드렸습니다. 최근에 건강이 안 좋아지신 오스칼 신부님을 위해 김대건 신부님과 한국 순교자들께 기도를 청했습니다.  반고아에서 선교하시는 오스칼(Oscar) 신부님은 멕시코 분이시고, 콤보니 수도회 소속 사제이십니다. 신부님은 이곳 선교지 본당에서 수도회 가족들과 함께 살면서 여러 마을을 방문하시는데, 이곳에서 지내신지 벌써 20년이 넘으신 76세의 할아버지 신부님이십니다. 콤보니 수도회 신부님들은 네 분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데 필리핀, 폴란드, 멕시코 그리고 페루 신부님들 이십니다. 본당 주임신부님이셨던 필리핀 신부님은 10년의 선교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셨고, 지금은 곧 도착할 콩고의 젊은 신부님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페루에서 선교하면서 이분들의 선교 모습에 늘 큰 감명을 받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선교 사업을 하지 않으시고 매번 발로 뛰는 선교를 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선교에 한 평생을 받치신 신부님들 중에 오스칼 신부님은 올해 50주년 금경축을 맞이하시는데, 몇일전 리마에 건강검진을 하러 다녀오시고는 크게 낙심하셨습니다. 사실, 신부님은 몇 년 전부터 조금씩 기억을 잘 못하시는 증상이 나타났는데, 해 마다 그 증세가 더 좋지 않으시다고 해서 정밀 진단을 받으러 리마에 가셨고, 결국 11월에 뇌 수술을 하기로 결정되었답니다.  건강이 좋지 않은 가운데에서도 멕시코로 돌아가시지 않고 선교에 열정을 다하셨습니다. 그러나 수술이라는 큰 결정을 내리게 되면서 선교지를 떠나야 한다는 마음에  낙심을 크게하신듯 합니다. 매번  한 두 시간 거리를 운전하여 다니시던 미사도 이제는 혼자 다니시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여러모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 신부님을 기억하며, 한국의 순교자들이 신부님을 위해 기도해 주시기를  청했습니다.


더불어 모든 선교사들을 기억하며 팬데믹 시기에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선교지로 향하는 그들의 노고와 수고에 감사드리며, 세상 곳곳에서 복음을 전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모두 풍요로운 한가위 보내시고, 이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소외된 이들도 기억하며 작은 것도 나누는 마음이 풍요로운 축제가 되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