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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선교사

[나의성소이야기] [My Vocation Story] "마음이 더 중요한 삶, 충분히 나로 있어도 되는 삶"_Sr. 전혜진 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8-09 조회조회 3,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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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 나를 하느님께 봉헌하기로 결심하신 어머니!

그 시절 나의 놀이터는 성당이었다.


나의 어머니는 나를 가졌을 때, 아들이면 사제로 딸이면 동정녀로 하느님께 봉헌하기로 결심하셨다고 들었다. 어릴 때, 이 이야기를 듣고 왜 어머니께서 내 미래를 결정하시는가 싶어서 불만스러웠다. 나는 유아 세례를 받았고, 어린 시절부터 나의 놀이터는 성당이었다. 학교보다 성당에 있는 것이 더 좋았고, 성당 친구들이 더 편했었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께서는 내가 수녀가 되면 좋겠다는 말을 종종 하셨지만, 20대 초반까지 나는 하느님에 대해서 그리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20대 중반에는 막연하게 수녀회에 가지 않으면 결혼을 하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마흔이 될 때까지 결혼을 하지 않으면 수녀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삶의 모습을 바꿔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었기 때문이다. 그 무렵 나는 주일 미사도 띄엄띄엄 다녔고 청년회 활동도 재미가 없어서 하지 않았다. 그런 자신이 신앙인으로서 좀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에 대해서 지식적으로라도 좀 알고 싶어서 이런저런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 어떤 내적 갈망들이 이 무렵에 일어났었고, 불교서적을 읽기도 하면서 영혼을 가진 존재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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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미사를 드리며, 예수님을 알고 싶어졌다.


그러다가 동생의 죽음을 겪으면서 매일 미사를 다니게 되었고,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 나는 처음으로 수녀님과 면담을 하게 되었는데, 그 면담에서 수녀님께 “하느님은 나와 별개인 것 같아요. 나와 무슨 상관이 있으신지 모르겠어요”하고 말했다. 당시 나는 내가 왜 하느님을 찾아야 하는지 몰랐다. 단지 나와 동생이 영혼을 가진 존재라는 것은 알고 있으니, 동생의 영혼을 위해서 무엇인가 하고 싶었고, 매일미사를 봉헌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분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분들의 얘기가 너무 흥미로웠고, 우연히 듣게 된 교부들에 대한 수업과 그 안에서 성경을 풀어 설명하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강화도에 있는 예수성심전교수도회 피정집에서 일하면서 수사님, 신부님들과 이런저런 얘기들을 많이 나누게 되었는데, 어느 날 어떤 신부님께 ‘전례에 맞춰서 살고 싶어요’ 라고 말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나는 ‘수녀가 되고 싶다’가 아니라, 예수님의 생애를 따라 일 년을 살아가는게 참 좋은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돌아보면 하느님께서는 나를 아주 서서히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수도성소에로 이끌어 오셨다. 내게 거부감이 생기지 않게 인생의 쓴맛과 단맛, 여러 가지 맛을 통해서 천천히 당신을 찾게 하셨다.


나는 수녀회에 들어오면서 다른 이들을 위해 봉사하기 이전에 한 순간을 살아도 행복하게 살고 싶었고, 고통스러운 일을 마주하게 되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싶었다. 수녀님들을 보면 나와 똑같이 약함을 가진 인간인데, 살아가는 방법이 뭔가 다르다고 느꼈고 왠지 수녀님들은 그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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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생활은 '…척 하지 않아도 되고, 포장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다.


이 후 우리 수녀회 글로리아 수녀님과 면담을 하고, 수녀님의 권유로 슈발리에 축제와 피정에 참가했다. 피정 중에 관구장 수녀님과 면담을 했었는데 참 좋았다. 나는 마음을 써주는 게 좋고, 마음을 알아주는 것을 좋아했는데, 당시 면담을 해주셨던 수녀님의 ‘우리 수녀회에 들어오든 아니든 자매가 원하는 것을 찾아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말씀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그래서 나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입회를 결심하게 되었다. 나는 우리 수녀님들을 만나면서 ‘편안함’을 느꼈는데, 하느님께서는 나에게도 ‘다른 사람들과 편안하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달란트를 주셨다. 최근에 본당에서 어떤 신자 분이 나에게 ‘수녀님은 예수님과 친해 보여요’라고 말씀하셨을 때 많이 기뻤고 ‘내가 내 욕심에 이 삶을 사고 있는 것이 아니군요! 당신의 이끄심에 순리대로 따르고 있는 거군요!’라고 주님께 고백할 수 있었다. 나는 이렇게 고백할 수 있고 솔직할 수 있는 이 삶을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다.


수도생활은 ‘…척’ 하지 않아도 되고, 포장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다. ‘마음’이 더 중요한 삶, 충분히 ‘나’로 있어도 되는 삶이라 부르심 받은 대로 그렇게 기쁘게 살아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