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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선교사

[나의성소이야기] [My Vocation Story] "연민의 예수님 마음을 묵상하는 수도여정"_Sr. 손선주 플로라, MSC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7-16 조회조회 3,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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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안에 있는 공허함과 허전함이 사람이나 물질로 채울 수 있는게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만 채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수도성소에로 이끄신 주님!



이십 대 중반의 나는 자취생활을 하며 일하고, 공부하고, 놀면서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너무 허무했다. 그렇게 바쁘게 살면서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하고 있음에도 뭔가 마음이 허전했다. 이 허전함을 채우려고 이것저것 해봤지만 그 공허함은 떠나질 않았다. 어느 날 우연히 책장에 꽂혀있던 성경을 소리 내서 읽었는데, 순간 가슴이 뭉클하면서 눈물이 났다.

그 뒤로 항상 그런 공허한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성경을 읽었다. 성경내용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하느님 말씀이구나!’라고 믿으며 읽었다. 성경을 읽으면서 충만함과 행복, 기쁨을 느낄 수 있었고 내 안에 있는 공허함과 허전함이 사람이나 물질로 채울 수 있는 게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만 채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느님께서는 이런 체험을 통해 나를 수도성소에로 이끄셨다고 생각한다.

 

그 뒤 4년 동안 일과 병행하면서 어렵게 공부를 했으며 어렵고 힘든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기도하면서, 공부를 마치고 나면 수도자가 되겠다고 결심하며 버텼다. 입회를 결심한 후 많은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특별히 내가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일이 잘 되어 가는 것이 신기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수도성소를 결심한 나에게 일어나는 하느님의 일이라 믿고 망설임 없이 입회를 했다. 가족들은 신자가 아니었음에도 나의 선택을 축복해주었다.

입회하던 날 ‘이 길이 과연 나의 길인가?’하는 생각으로 정신이 번쩍 들었지만, 양성소의 일정에 따라 열심히 살았다. 종신서원을 준비하고 종신서원을 할 때

새롭게 다가온 것은, 내가 걸어 온 미로 같은 길에서 어떤 부분은 막히고 다른 부분은 열리면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주님께서 열어주셨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참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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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마음을 묵상할 때 '연민_사람 냄새나는 정'이 가장 크게 다가온다.



종신서원을 하고 나서 ‘지금부터가 수도생활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했고, 하느님께 속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나를 성장시켜야 할까?’, ‘어떻게 축성봉헌의 여정을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고 있다. 내가 예수님 마음에 대해서 묵상할 때,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이 ‘연민’이고, 이 ‘연민’은 사람 냄새나는 ‘정’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사랑을 나누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간호학)와 봉사에 합당한가?’, ‘나의 본래 성품이 이와 맞는가?’ 하며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나에게 주어진 일은 충실히 해나가고 있지만, 하루하루 살면서 싫은 내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하느님 앞에 앉을 때마다 마치 내가 양파껍질처럼 하나씩 하나씩 벗겨지는 느낌을 받는다. 오히려 이것은 내게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이현주 목사님의 시처럼,

 “하느님 앞에 벌거벗고 벌거숭이 모습으로 당신 들 앞에 서게 하소서.”

 하느님 앞에서 벌거벗은 내 모습이 부끄럽지만, 지금은 내가 이렇게 나아가야 하는 때라고 생각한다. 이런 모습들이 언젠가는 그분 안에서 통합되리라는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