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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선교사

[선교사이야기] [Mission Story][은총의 집] "눈 커지면 안 돼! 작아져야 돼!"_Sr. 유명옥 마리아, MSC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6-22 조회조회 4,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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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고요한 중에 기다리니 질그릇 같은 내 모습에 당신의 얼을 채우소서.”(가톨릭 성가 62장)



나는 수도서원 25주년을 맞는 2020년을 참으로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하였다. 주님께서는 부족한 나를 수도자의 삶으로 초대해 주셨고, 공동체는 허물투성이인 나를 25년간 격려와 지지를 아낌없이 주며 성장시켜주었다는 사실에 감사드렸기 때문이다. 또한 주님께서는 손수 빚어 만드신 질그릇 속에 당신의 얼을 어떻게 채우셨는지 돌아보는 귀한 시간을 허락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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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 원장을 꿈꾸며 수도성소를 키우던 어린시절


나는 오래전부터 아이들과 공동체 삶을 사는 꿈을 키워왔다. 벚꽃, 살구꽃, 복숭아꽃이 만연한 강원도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 마을 언덕 위에 ‘성애원’이라는 고아원이 있었다. 그곳에 직접 가본적은 없지만 그네를 타거나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멀리서 바라보며 나도 아이들을 키우는 고아원 원장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꿈을 키우며 청소년기를 보내던 나는 성당에만 가면 알 수 없는 위로를 받는 느낌에 열심히 신앙생활을 배우며 지냈다. 어느 날 성전 옆 게시판에 붙어있던 홍보물 하나가 눈길을 끌었었다. 성소자 모임에 초대하는 안내문이었다. 어린생각에 수도원이 뭐하는 곳인지 모르지만 그곳에 가면 행복하게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의 수도성소 씨앗이 뿌려졌고, 지금까지 25년간 그 씨앗을 가꾸며 수도서원의 여정 속에 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동 공동생활 가정’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부모님과 함께 살수 없는 6명의 아이들과 함께 편안하고 기쁘게 지낼 수 있도록 운영되는 곳이다. 지금은 4년간의 시설평가를 준비하고 있으므로 매일 서류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충분히 잠을 자지 못하고 충혈 된 눈으로 아침을 맞이할 때면 아이들은 위로의 말을 건네주기도 한다. 우리는 아이들의 특성에 맞추어 개별적인 학습 및 예체능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신이 사랑받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도록 도와주고 있다. 아이들이 우리의 뜻대로 자라나도록 최선을 다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매일이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러한 자신과의 싸움을 하면서 내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강한 사랑을 만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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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소중한 것을 배우게 되는 말 "사랑해요"


나의 수도여정을 되돌아보며 수정해야 할 것이 있다면 ‘사랑’이라는 단어이다. 돌이켜보니 누군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말을 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이곳 아이들은 “사랑해요”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내 안에 있는 하느님의 사랑이 뜨겁게 솟아남을 느낀다. 내가 아이들을 통해서 아주 소중한 것을 배우고 있다. 

수도생활 25년간 소임을 통해서 만났던 모든 사람들과 참으로 행복했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았다고 기억된다. 그렇기에 받았던 사랑을 우리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 지금 나의 소명인 것 같다. 오늘도 깨어지기 쉬운 질그릇 같은 나의 마음을 주님께서 어루만져 주시길 기도한다. 그리고 안경 너머 나의 눈꼬리를 두 손으로 내리며 우리 집 막내의 말을 떠올린다. “눈 커지면 안 돼! 작아져야 돼!” 


출처_2020년 제 49호 「새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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