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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선교사

[나의성소이야기] [My Vocation Story] "나 다운 모습 그대로"_Sr. 조숙제 크리스티나 MSC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5-20 조회조회 3,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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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는 나의 연민의 마음을 쓰시려고 당신께로 이끄셨다.


내가 자랄 때에는 “예수쟁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듯이 크리스챤에 대한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았다. 나도 역시 크리스챤이 될 생각은 없었다. 어느 날, 외갓집에 피아노 레슨을 오던 선생님이 정신적으로 아픈 남동생에게 가톨릭 세례를 받게 하고 싶다고 나에게 동생을 데리고 예비신자 교리반에 다녀달라고 부탁을 했다. 원래부터 나는 불쌍한 사람에 대한 연민이 많았는데, 하느님께서 이 연민의 마음을 통해서 불교나 유교 전통에 젖어 있던 나를 당신께로 이끄신 것 같다.


이후, 그 동생과 함께 온천 성당 예비신자 교리반에 참석했다. 애초에 내가 세례를 받을 생각으로 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출석만 할 생각이었다. 마지막 교리시간에 신부님께서 “다 세례 받지요?”라고 물으셨는데, 나는 나도 세례를 받을 수 있는지 물었고, 신부님께서는 “원하면 다 줍니다”하고 대답하셨다. 그래서 수녀님에게 가서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세례명도 정했다. 나를 교리반에 참석하게 했던 피아노 선생님이 대모가 되어주셨다. 하느님께서는 이런 과정을 통해 고집 센 나를 서서히 변화시키시며 세례를 받게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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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으로 예수성심전교수녀회를 만나다.


어느 날, 대모님은 언양 성당을 다녀오셔서는 너무 좋다고 나를 데리고 가셨다. 그 때 언양 성당에는 예수성심전교수녀회의 벨라뎃다 수녀님이 계셨고, 수련소가 있었다. 대모님은 수녀님들께 나를 소개하셨고, 벨라뎃다 수녀님으로부터 부산 기도모임에 나오라는 권유를 받았다. 수녀님께서는 나에게 묵주기도 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고, 월요일에 부산에 오시게 되면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셨다. 수녀원 피정에 두 번 참석하고 수녀회 입회를 권유받았는데, 수녀회와 관계를 이어오던 삼년 째 되던 해인 1980년에 입회했다.


솔직히 나는 수도생활에 대해서 전혀 모른 체, “여자들이 모인 곳은 다 시끄럽겠지…공동체니까 같이 자고 일어나고 하겠지” 그리고 단순하게 “그냥 사람 사는 곳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내 인생길을 정하는 것이고 일단 한 번 결정했으면 평생 가는 것이라 여겼으므로, 아무렇게나 생각하고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성소’에 대해서 하느님께 ‘불리움’ 그 자체로 끝이지 또 다른 어떤 것, 가령 나에게 맞는지 어떤지 따져보는 것이 있을 수 있는가 싶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고 하느님께서는 거기에 맞게 양육하신다고 체험했다. 나의 경우에도 하느님은 나의 자유로운 영혼에 맞게 양육하셨다. 나는 시켜서 하는 것은 싫었고,구속되는 것을 싫어했다. 반면에 내가 의미를 찾을 때는 행복하고 언제까지나 그렇게 살 수 있다. 그래서 신학, 영성 서적들을 내 스스로 찾아서 보고, 소임을 통해서 그리고 자연 안에 계시는 하느님을 찾고, 묵상하면서 수도생활을 해 왔다.


하느님과의 관계는 누가 알려줘서 깨닫기 보다는 내가 스스로 관계를 맺고, 경험하면서 배워갔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해왔던 것처럼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것에서 기쁨을 느낀다. 이것이 내 모습이고, 나에게 이외의 ‘다른 길’이나 ‘다른 인생관’은 있을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수도생활 안에서 하느님과 함께 ‘나 다운 모습 그대로’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