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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선교사

[선교사이야기] [Mission Story][복지시설 사도직_파주 성심의 집] "파주에서 만난 일상"_Sr. 이미정 마리엣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3-10 조회조회 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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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의 집'은 

어르신들을 동반하는 사도직과 함께

농사를 짓는 곳이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성심의 집’은 어르신들을 동반하는 사도직과 함께 농사를 짓는 곳이다. 내가 파주 성심의 집에 온 지 벌써 2년이 다 되어 간다. 이곳 어르신들과 함께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기쁨이 크다. 90세를 훌쩍 넘기신 어르신들은 녹두 농사를 지어 녹두전을 해 먹기도 하시고, 딸기를 가꿔 잼을 만들기도 한다. 또 밭에 있는 나물을 캐고, 풀도 뽑으시면서 곳곳에 사랑의 손길을 나눠주신다.


 나에게는 어르신들을 동반하는 것과 농사라고 하긴 그렇지만 텃밭을 가꾸는 일이 덤으로 주어져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농사를 짓고 있다. 유 선생(유투브)과 동네 어르신들, 우리 집을 오고 가는 많은 이들의 조언과 함께 실패도 하고 수확하는 기쁨도 누리면서 내 안에 있는 농부를 일깨우는 시간을 보낸다. 이곳에서 가장 큰 농사는 블루베리를 재배하는 것이다. 유 선생을 통해서 2월부터 3월까지 거름을 주고 나무전지 작업을 해주어 하며, 천근성 식물이기에 물 관리를 잘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매일 블루베리 밭에 나가 나무들을 살펴보면서 잎이 나고 꽃이 피는 시간을 함께 하고, 또 나무를 괴롭히는 벌레도 잡고, 물이 더 필요한 곳을 찾아 손질을 하면서 나무들과 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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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요한 15,1)



 농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사람도 자주 만나야 알게 되고 이해하며 사랑하게 되는 것처럼 농작물도 매일 매일 만나야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게 된다. 또한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는 말도 이해하게 되었다. 블루베리에 있는 벌레를 보고 놀라거나 징그럽다고 도망가기 보다는 잡아주지 않으면 나무가 힘들 것을 알기에 잡아주곤 한다. 그러면서 성경에서 말하는 목자와 삯꾼의 차이도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좋아하게 된 성경 구절이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요한 15,1) 라는 말씀이다. 밭에 나가서 일을 하다 보면 이 말씀이 자주 떠오른다. 그리고 하느님의 일에 미약한 나의 힘을 보탠다. 수확을 할 때는 좋은 블루베리 과실에 관심이 있기 보다는 작고 보잘것없는 한 알이라도 땅에 떨어져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한다. 그러다 문득 ‘나는 어떤 블루베리인가?’, ‘작고 보잘것없는 나에게 하느님께서 관심을 가져 주시지 않는다면 어떨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알이 큰 블루베리도 알이 작은 블루베리도 똑같은 시간과 노력을 거치는 성장과정을 보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블루베리가 더 많은 어려움을 이겨냈을지도 모른다. 허리를 굽혀 떨어진 작은 블루베리를 주울 때는 이런 마음이다.  


 

 올해는 첫 농사라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함께 사는 성심의 집 공동체 수녀님들의 도움과 수확할 때 공동체를 방문해 주셨던 수녀님들, 코로나 19로 제 때에 올 수 없었지만 잊지 않고 찾아주셨던 봉사자들 덕분에 재미있게 일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축복해 주시고 함께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하루빨리 코로나 19가 끝나 많은 사람들과 편안하게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하며 오늘도 소소한 일상을 살아간다. 


출처_2020년 제 49호 「새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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