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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선교사

[선교사이야기] [Mission Story][특수사도직1_하늘공원/부산교구] "또 다른 시작!!"_ Sr. 김형옥 소화데레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1-01-18 조회조회 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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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시작!!


김형옥 소화데레사 수녀


예기치 못한 작은 바리아러스로 인해 우리의 일상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당연하게 여겨오던 일들을 멈추고, 돌아보며, 삶의 태도를 바꾸어 새로운 길로 나아가도록 초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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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은

내 생각을 내려놓고, 주님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초대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나에게도 큰 변화가 생겼다. 오랜 시간 마음을 쏟으며 함께했던 공동체를 떠나야 했고, 이 시대의 요구에 기꺼이 응답하려는 수도회의 영성에 따라 생각조차 해본 적 없는 "양산 하늘공원"에서의 새로운 소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전례를 도와주고, 안치 예식을 통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과 눈물을 위로하마, 함게 기도하고, 마지막을 동반해주는 일이다.

어릴 적부터 나에게 무덤은 가까이 가기 두려운 곳이었고, 돌아가더라도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곳이었다. 이런 나에게 하늘공원은 내 생각을 내려놓고, 주님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초대이기도 했다.


무덤 앞에 서면 아무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 앞에 겸손해지고, 허락된 삶의 시간을 더 충실히 살아가게 한다. 산 이와 죽은 이가 공존하는 곳, 그래서 하늘공원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아직도 다 못한 말을 가슴에 담고 매일 찾아오는 발 길 속에 묻어나는 사랑, 정성스레 초에 불을 밝히고, 손을 모으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며, 함께하는 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말들을 손편지에 고이 적어 전하는 고마움과 미안함, 결혼 청첩장과 입학, 취업 등 기쁨을 함께 나누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하는 역동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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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어야만 보이고, 들을 수 있는 곳

여백을 읽고, 사랑을 기억하는 곳,

바로 성사가 이루어지는 공간


출근 첫날 신부님께서 하늘공원을 소개해 주시면서 우리는 교우들은 많은데 말이 없으신 분들이라 아주 조용하다고 농담으로 말씀하시면서 멈추어야만 보이고, 들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하셨다. 여백을 읽고, 사랑을 기억하는 곳, 바로 성사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지금 하늘공원에도 가을이 익어간다. 잔디들 위로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 야생화들이 함께 어우러진 곳, 나는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 들고 이 공원으로 소풍을 나간다. 평소 걷는 걸 좋아하는 나는 동기 수녀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오늘도 묵주를 손에 쥐고 무덤을 돌면서 영혼들을 기억하며, 모든 성인의 통공과 영원한 삶을 믿으며, 매일을 새로이 봉헌한다.



_ 2020년 11월 1일자 부산교구 주보 '누룩' 란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