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이야기] 최양업 신부님의 사목지, "희망의 순례" 여정을 마치며_Sr. 배현순 M. 다미아나, M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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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시복시성 기원 순례 운동인 "희망의 순례"에 동참하다
나는 해마다 9월 순교자 성월을 설레며 맞는다. 올해는 더더욱 가슴 뛰는 벅참으로 맞이하였다.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시복시성 기원 순례 운동인 "희망의 순례"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가톨릭 신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순례의 꿈을 키웠을 것이다. 한국천주교회는 전국 15개 교구 167곳(2019년 개정판)에 선조들의 신앙을 배울 수 있는 감동과 은총의 장소를 조성하였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방문 이후 순례의 붐이 일기는 했지만, 시간상으로 만만치 않은 여정이다 보니 더 많은 이들의 순례를 위한 각 교구의 사목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성지를 다니다 보면 정갈하고 웅장하게 조성된 곳도 있지만 아직 손길을 더 필요로 하는 곳도 있어 마음이 쓰이기도 한다.
나는 한국 순교성인들의 순교사적지를 찾아가 성인들의 발자취와 숨결 속에서 기도하며 피정하는 영성생활을 좋아한다. 숙원이었던 전국 167곳 성지순례를 마치고, 피정을 한 후 주교님께 축복장을 받은 경험도 있다. 국내 성지 및 순교사적지를 순례하면서 특별히 최양업 신부님에 대한 관심이 커진 무렵, 원주교구 조규만 주교님께서는 최양업 신부님 묘소가 있는 배론 성지에서의 개막미사를 시작으로 배티성지 양업관과 출생지인 청양 다락골 등 서른 군데의 순례지를 책자에 담아 많은 교우에게 알려주시어 감사하고 기뻤다.
나는 휴가와 개인 피정을 통해 성지순례를 다니며 한국 성인 성녀들의 신앙과 땀방울의 의미를 깊이 맛보는 체험을 한다. 내 성지순례의 목적은 천천히 성지를 둘러보고, 고요히 기도·묵상하며 신앙 선조들과 만나는데 있다. 목숨이 달린 절박한 상황에서도 오직 한 분 천주님만 바라보며 모진 고초와 고문을 이겨낸 "믿음의 용기"를 만나는 감동은 큰 가르침으로 새겨진다.
'희망의 순례'지들은 다른 순례지보다 조성이 더 필요한 곳이라 발품을 팔아야 하는 곳이 많다. 오지에 있는 교우촌은 푯말도 없이 풀만 무성한 곳도 있다. 12년간 127개 교우촌의 양 떼를 찾아 나섰던 최양업 신부님의 열정을 본받아, 나도 사도직 현장에서 순교의 정신을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또한 신부님의 고독한 고행의 길을 나도 걸을 수 있도록 마련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렸다.
9월 마지막 주, 최양업 신부님의 묘소가 있는 배론성지에서, 서른 곳 순례 완주 책자를 제출하고 피정을 하며, 최양업 신부님의 시복시성을 위한 미사에 참례했다. 신부님의 탄생지, 성장지, 사목지, 순례를 통한 체험과 인연을 다 나누지 못함이 아쉽지만 사랑의 하느님의 은총과 한국 성인·성녀(특히 나의 주보 성인 '남명혁 다미아노')들의 전구하심도 기억했다.
은혜로운 시간, 착한 목자, 길 위 땀의 목자, 최양업 신부님께 시복의 영광을 희망하는 순례의 여정을 많은 이에게 권한다.
한국의 모든 순교 성인·성녀들이여!
가경자 최양업 신부와 시복시성의 후보에 오른 이들이 성인반열에 올라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게 전구하여 주소서.
예수성심은 우리 신앙 선조들, 특히 최양업 신부를 통해 사랑받으소서.
2023년 9월 순교자 성월에
출처_2023년 제52호 「새마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