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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선교사

[선교사이야기] [Mission Story] 파푸아뉴기니 선교 체험기_Sr. 이미숙 나타나엘, MSC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02-15 조회조회 3,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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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방문

나는 이곳 사범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종교학을 가르치고, 학교 성당 제의실 소임을 하며 학생들과 함께 기쁘게 살아가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 아주 착실하게 수업을 듣고 과제도 잘하는 피터가 있다. 그런 피터가 종강 전에 과제 하나를 제출하지 않아서 궁금했다. 피터를 불러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니, 아버지가 살인죄로 3년 넘게 수감 중인데, 항소하여 항소 재판을 준비하느라 바빠서 과제를 못했단다. 아버지가 살인죄에 휘말리면서 친척들과도 왕래가 끊어졌고, 엄마와 둘이 법원에 가야 한다고 했다. 나는 내가 함께 가도 좋은지 물었다. 한국에서도 한번 가보지 못한 재판장을 이곳 파푸아뉴기니에서 가보게 되었다. 그러나 9시에 열리기로 되어 있는 재판이 오후가 되어도 열리지 않았고, 나는 수업이 있어 그냥 돌아와야 했다. 

다음날 피터를 만났는데 아주 밝은 표정이었다. 피터의 아버지에 관한 재판은 오후 1시에 시작하여 5시에 끝났는데, 아버지가 무죄를 선고받아 석방되었다고 했다. 나는 피터와 함께 매우 기뻐하였다. 며칠 후 피터 가족은 나를 초대하였고, 나는 피터의 가정을 방문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많은 학생들을 만났지만, 가정방문은 처음이었다. 피터의 가족들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나는 먼길을 갔던터라 몹시 배가 고팠지만, 물 한 잔도 마시지 못한체 이야기만 나누었다. 이들은 하루에 두끼 또는 저녁 한끼 식사만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배가 고팠지만 웃으며 함께 이야기를 나눴고, 오후 늦게 돌아오려 하는데 피터의 아버지가 학교까지 데려다준다고 하며 큰 보따리 하나를 들고 따라나섰다. 그 보따리 안에는 나에게 주려고 하루 전날부터 준비한 토속 음식인 무무가 담겨있었다. 나는 무무를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들도 배가 고팠을 것인데 자신들은 먹지 않고 나에게 모두 주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왔다. 


즐기며 기다릴 줄 아는 사람들

이곳 사람들은 '기다리는 것'에 최고일 것이다. 언젠가 장례미사가 8시라 7시 30분쯤 성당에 갔으나, 9시 30분으로 변경되었다. 나는 짜증이 났지만, 이곳은 장례미사나 특별한 미사는 시간이 자주 바뀌므로 감내해야 했다. 이곳 사람들은 "It`s okay!" 하며 풀밭에 앉아 미사 시간까지 기다린다. 오로지 나만 짜증을 내고 안달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얼마나 시간의 노예가 되어 있는지 보게 된다. 

우리 학교는 주일에 오전 7시와 8시 30분 두 대의 미사를 거행한다.  한번은 학생들의 방학으로 8시 30분 미사만 있는 날이었는데, 나의 실수로 7시 미사가 없다는 공지를 놓쳤다. 멀리 포트모르즈비에서 오신 신부님과 신자들은 7시 미사에 와서는 꼬박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그 누구도 불평하거나 짜증 내지 않고, "It`s okay!"라고 하면서 기다리는 것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많이 미안했지만, 그들의 아무렇지 않은 반응에 참으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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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레지오 마리애 쁘레시디움

3년 전 학생들을 대상으로 레지오 마리애를 시작했다. 지금은 레지오 마리애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서 단원들끼리 회합도 잘하고 다른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어주기도 한다. 우리 쁘레시디움의 단원은 20여 명이다. 평일에는 학교 수업과 과제로 회합이 어려워 주일 오후에 만나서 기도하고 회합을 한다. 이 레지오 마리애 쁘레시디움은 우리 학교에 유일하게 있으므로 학장 수사님과 수녀님들 그리고 교구 신부님들까지도 학생 단원들의 활동에 기뻐한다. 단원들은 성당 청소, 미사 준비 등 많은 활동을 한다. 단장 조피엘은 아주 모범적인 학생이며 단원이다. 그는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언제 어디든 도움의 손이 되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또 저녁이 되면 둘씩 짝을 지어 성당에서 묵주기도를 바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책임의식이 약한 이곳 학생들에게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의 책임감 있는 모습과 자기희생, 기도생활, 봉사활동하는 모습들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준다. 


이곳에서의 다양한 체험을 통해 나는 성심의 선교사로 계속 성장한다. 

예수성심, 예수성심의 어머니께 감사드린다.


출처_2022년 제 51호 「새마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