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이야기] [Mission Story][인천교구_이주사목부]"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Sr. 심정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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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마태 25,35)
오늘날 인간의 이주는 '시대의 징표'이며 '교회의 관심사'라고 한다. 현재의 모든 대륙의 많은 나라들이 어느 때보다 폭발적인 이주 현상에 직면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훈령[이민들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
나는 인천 교구 사회 사목국 이주·해양 사목부에 파견되어 사도직을 하고 있다. 사도직 현장에서 처음 들려오는 용어들은 '지완, 이나인, 시슬리, 외사계, 미등록, 합법…' 등 낯선 표현들이다. 이곳에서는 내가 참으로 이방인, 이주민이다. MSC 선교사로서 두려움 없이 파견을 받았지만 '나이 탓?', 개인적으로 '아팠던 공백 탓?'…, 잔잔한 내면의 파도가 밀려왔다. 이주사목부는 한국 체류 외국인을 위한 부서로 생소한 용어와 다양한 상황들이 많아 내심 걱정이 되었다. 코로나로 조금은 차분한 상황이므로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료들을 살피면서 나의 무지함과 서툶에 웃음을 지어본다.
고달픈 인생 여정의 이주, 이주민, 난민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므로 새삼스럽게 마음에 새기고 깨달으며 그동안 나의 선교사 삶을 돌아보게 하였다. 선교사는 늘 나그네, 이주민임을 깨닫는다. 이주의 이유와 종류는 다양하다. 가족의 재결합과 노동, 학업, 난민 등의 이유와 장소, 기간, 법 적용에 따라 국내 이주와 국외 이주로, 또 영구 이주와 단기 이주, 불법 이주와 합법 이주로 분류된다.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의 난민이 한국에 들어온 것처럼 전쟁의 위험에서 피난하는 강제 이주와 경제나 가족의 재결합을 위한 자발적 이주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이유와 동기로 이주하는 목적은 현재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함이다. 그 선택에 힘듦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종교적, 인신의 안전을 이유로 새로운 정착지를 찾는 미래를 향한 희망의 여정이다. 가톨릭교회는 그들의 여정이 희망의 여정이 되도록 이주 사목을 시작했다.
이주 사목의 역사는 초대교회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해를 피해 숨어다니는 신자들을 지역 교회는 받아들이고 환대하였다. 인천 교구 이주 사목부는 1992년 외국인 노동상담소 개설을 시작으로 무료 진료소(2004)와 한글교실이 운영되며, 4개의 공동체(베트남, 필리핀, 중남미, 방글라데시)가 있다. 공동체들은 매주 자국 언어로 미사를 봉헌하며, 미등록자 자녀들을 위한 품 놀이터(어린이집)가 운영되고, 한국 이주민 건강협회 희망의 친구들(미등록자 건강보험)과 연대하여 의료지원을 돕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각 공동체의 미사가 부분적으로 봉헌되고, 한글 교실과 무료 진료소는 멈춘 상태이며 소수의 환자에게 간단한 약 처방만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상담 전화는 임금체불 등의 어려움을 가진 이주민들을 대신하여 고용주와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언어의 장벽과 불법체류자로서 낯선 사람을 두려워 보건소나 접종 센터에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이들과는 사전협의가 이뤄진 보건소에 수녀가 동반하며 도와주고 있다. 또한 '유어 프렌즈'에서 독감백신을 기부받아 미등록 이주민에게 공동체별로 접종을 하기도 했다.
「107차 이주민과 난민의 날」(9월 26일)을 맞이하여서는 코로나19를 공동체와 신앙 안에서 극복한 '체험수기 공모전'이 열렸으며, 50여 명이 참가하였다. 그들의 깊은 신앙과 공동체성을 담은 에세이를 읽고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는 우열을 가릴 수 없었지만 각 부분 수상자를 선정하여 후원을 해주었고, 참가한 모두에게도 상금을 수여했다. 시상식 미사에 참여한 자들은 각국 전통의상을 입고 전례도 언어별로 참례했다. 특히 베트남 공동체는 상금 전액을 고국 하노이에 팬데믹 극복을 위해 기부하는 사랑의 마음을 보였다. 인천성모병원 직원들은 450인분 생필품을 이주 사목에 선물하여서 이날 그들과 나누어 기쁨이 더했다. 또한 성탄 선물로 각 가정에 쌀 4kg과 김치 3kg을 나누고자 준비 중이다.
약 40만 명의 미등록자들은 단기 비자, 여행 비자, 취업 비자, 유학 비자 등으로 입국하여 한국이 안전하고 살기 좋고 자국보다 고임금을 받기에 불법으로라도 한국에 거주하길 원한다. 그들은 육적, 내적,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팬데믹 상황으로 직장을 자주 이동하여야 하고 휴일이 많아 급료가 줄어서 고국의 가족에게 송금하는 액수도 줄었다며 하소연이다. 그들은 대부분 회사 기숙사, 쪽방 같은 월세방에서 살아간다. 그들이 대단하고 안타까우며, 한국 산업 발전에 이바지함에 고맙기도 하다.
남미 다문화 가족으로 구청과 연대하여 카페와 식당을 운영하는 이주여성들은 단합과 열정이 가득해 지역에서 칭송을 받고 있다. 공단이 많은 부천, 김포, 인천에 있는 수도회들이 작은 센터를 개설하여 재활용품 마켓과 한글 교실을 열어 이주민과 소통을 하며 위로의 동반자가 되어 주고 있다. 나는 오늘도 예수 성심의 선교사로 이주민과 난민을 차별없이 만나 대화하며 환대의 정신으로 그들의 삶에 희망이 되는 "하느님께서는 사랑"이심을 체험하도록 마음을 쏟고자 있다.
출처_2021년 제 50호, 「새마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