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이야기] [Mission Story][필리핀]"산 마태오 선교지에서"_Sr. 김성경 레나, M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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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락다운으로 모든 것이 통제된 일상
2020년 3월, 아이들과 인사할 여유도 없이 갑자기 락다운이 시작되었다. 학교, 성당, 모든 길이 통제되고 지역 간의 접경 지역에는 무장한 군인들이 배치되었다. 정부의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체포 또는 사살이 가능했으며, 주소지가 명백한 가정에만 외부 출입증 한 장이 배부되는 상황이 되었다. 이곳 산 마태오에 사는 대부분의 가정들은 무허가 판잣집이므로 출입 허가증을 받을 수조차 없었다. 이 지역의 80% 주민들은 일일 노동자여서 하루 일하지 않으면 8-10명의 가족들이 굶어야 하기에 이들에겐 바이러스보다 당장 먹거리를 구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공포가 되었다. 결핵이나 천식이 많은 이곳에 식량, 물 등이 끊어졌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새벽에 식량을 싣고 완전히 무장한 군인들이 있는 접경 지역 검문소를 무사히 통과해서 그들에게 식량을 나누어 주는 것이었다.
멀리서 반올림 학교 센터 차를 본 아이들은 마스크가 없어 티셔츠나 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나와 도움의 손길에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어떤 아이는 심각한 화상을 입었는데도 병원에 데려갈 수 없었고, 천식이 있는 아이들이 기침이라도 하면 신고될까 싶어 걱정부터 하는 삼엄한 분위기였다. 한 가정에 확진자가 생기면 모든 문을 봉쇄하고 가족과 확진자를 2주 동안 한 집에 격리하는 시스템이 이들에겐 가혹했기에 증상이 있어도 말을 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거의 반나절 동안 식량을 포장해서 지역별로 쌀 5킬로그램과 캔 음식 등을 나눠줄 수 있었을 때,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짠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코로나에 확진되어, 두렵고 무서운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상황이 좋아지나 싶으면 다시 확진자가 늘어났고, 이런 상황에서 나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나는 외국인이기도 하지만 그 당시 '병원을 가는 것보다 자가 치료를 하는 것이 낫다'라는 의사의 조언으로 개인 방에서 스스로 이겨내는 방법을 선택해야만 했다. 그 시간은 두렵고 무서웠다. 나는 매일 다르게 나타나는 증상들을 겪어야만 했다. 나는 누군가 내 가슴 위에 앉아서 목을 찢는 것 같은 고통과 계속되는 마른 기침, 설사 등 복합적인 증상에 고통스러웠지만, 물과 천식 약으로 견뎌내야만 했다. 그래도 아침이 되어 잠에서 깨어나면, 감사하며 '일어나야 한다. 그들에게 가야 한다.'라는 일념으로 버텼다. 나의 고통보다 먹을 것이 없어서 쌀물을 나눠 마시고 있을 그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내가 대단한 선교 사명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그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몫을 다하는 것에 충실하고 싶었다. 그리고 선교사는 심부름 잘하는 어린아이와 같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잘 전달하고 나누는 삶이 예수님 마음을 사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심부름을 하다가 자신의 욕구나 선택이 먼저가 되면, 심부름의 목적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팬데믹 동안 한 여자아이는 6명의 형제자매와 남겨진 체. 엄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나는 조금 더 돌보지 못했음에 미안했고 가슴이 아팠지만, 그 일로 인해 더 강해졌고 믿음으로 나아가는 선교사가 되어 가고 있었다. 기적처럼 식량지원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팬데믹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어렵고 힘든 시기이지만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그들에게 사랑을 나눠줄 수 있으매 감사하다. 그리고 어려운 시기에 위험을 감수하고 함께해 주신 MSC 마닐라 공동체 수녀님들과 평화 삼천 가족분들께도 감사드린다.
모든 일에는 나쁜 것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려운 만큼 그 속에 지닌 귀함을 발견하는 시간이라 믿으며, 이 모든 것을 체험하는 날들로 보내고 있다. 가난하지만 '늘 감사하다'라는 이들의 미소를 모든 분들께 나눠드리며 지속적인 기도를 부탁드린다.
출처_「MSC A.C.T.」 제 1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