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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선교사

[선교사이야기] [Mission Story][베트남]"코로나 현장에서의 자원봉사"_Sr. 하이 히야친타, MSC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3-07 조회조회 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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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 확산으로 호치민 대주교님은 수도자들이 자원봉사에 나설 것을 호소하셨다.

   

첫 서원 후 베트남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베트남에서 할 많은 일의 계획을 세웠고, 설레는 마음으로 고향에 갈 날을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가 확산되어 베트남은 다시 슬픔에 빠졌다. 매일 확진자가 너무 많이 나왔고, 병원의 병상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호치민 전체가 폐쇄되면서 사람들은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의사, 간호사, 봉사자들은 장시간의 봉사로 지쳤으며 많은 이들이 의료봉사를 하다 감염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호치민 대주교님은 수도자들이 자원봉사에 나설 것을 호소하는 편지를 쓰셨고, 많은 수도자들이 일손 봉사의 초대에 응했다. 나는 늘 마음 속에 간직하던 "십자가를 올려다보면 시대의 징표를 알 수 있다."는 말씀에 힘을 얻어 우리 MSC 공동체가 봉사할 차례가 되었을 때, 동료 수녀님과 함께 등록하여 봉사를 시작했다. 지금 이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예수님도 아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의료 봉사에 가기 전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말을 들었다. "가지마. 위험해!", "갔다가 감염되면 어떡해!" 하지만 주님 앞에서 기도하면서 힘이 생겼고, "힘내자, 나는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때부터 나의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가 속한 봉사 그룹은 20개 수도회에서 62명의 수도자가 참가했다. 대부분 처음 본 수도자들이었지만, 점점 가까워지고 함께 잘 지냈으며, 서로 자신의 수도회를 소개하며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한국어로 미사도 몇 번 드릴 수 있었는데, 다른 수녀님들은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좋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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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복을 입고 일하면서 덥고, 지치고, 탈진 상태가 될 수록 우리는 서로 웃으며 격려하면서 이겨냈다.

병원에서는 환자 돌봄, 청소, 옷 정리, 의료 기구 정리 등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나와 동료 수녀님은 의료 기구 정리하는 일을 담당했다. 오전에는 방역복을 입고 사용한 의료 기구를 받아서 소독한 다음, 정리해서 병원으로 보내면 병원에서 다시 소독을 해서 사용했다. 매번 방역복을 입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날씨가 덥고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어 땀이 쉴 새 없이 흘러 탈진상태가 되기도 했었다. 그뿐만 아니라 마스크 때문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렇지만 힘들 때나 땀에 흠뻑 젖을 수록, 재미있게 장난도 치고 웃으며 더 열심히 하자고 서로를 격려했다. 


이번 자원봉사는 나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만약에 내가 자원봉사에 가지 않았다면 코로나가 그렇게 위험한지 몰랐을 것이다. 평상시 작업복을 입고 일을 해도 더운데, 방역복을 입고 일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어떤 사람은 세 시간밖에 못 버티거나 쓰러지는 사람도 있었다. 우리가 공기를 마시고 숨을 쉴 수 있음에 하느님께 감사드려야 하는 큰 체험도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산소 호흡기를 통해 숨을 쉬어야 한다. 그것마저도 안 되면 기계로 숨을 쉬어야 하는데 그 단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더더욱 안타까운 일은 환자들이 감염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가족, 친척, 친구를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자녀나 형제들이 직접 부모, 형제를 돌보지 멋하는 전염병인 만큼 의사, 간호사 그리고 봉사자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했다. 어떤 경우는 건강한 상태로 입원했지만, 며칠 후에 외롭게 침묵 속에서 하늘나라로 가시는 분들을 보면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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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숨진 시체와 함께 했을 때, 

온몸이 떨리고 눈물이 저절로 났고 기도하며 동반했다. 


한번은 시체를 실은 차 안에 탑승하게 되었는데, 죽은 사람들 앞에서 나는 온몸이 떨리고 눈물이 저절로 흘렀다. 그들을 위해 성호경을 긋고 기도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매일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라 무서웠고, 감염될까봐 두려웠다. 그것에 직면하고 싶지 않았다. 죽음 앞에서 나는 무력함을 느꼈고 그들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도록 우리의 가족, 친척, 친구와 함께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할 수 있을 때 함께 이야기하고, 웃고, 안아주고,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코로나 현장에서의 자원봉사 체험은 나에게 많을 것을 가르쳐 주었다. 수도자가 뭔지 모르는 의료진들이 처음에는 '동지'라고 부르다가 나중에 '수녀님'이라고 부르면서 수녀님들이 계속 함께 해 주면 좋겠다고 했을 때, 내가 예수님의 제자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 같아 행복했다. 그리고 진짜 MSC 수녀로서, 수도자로서 봉사와 희생으로 봉헌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출처_「MSC A.C.T.」 제 1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