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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선교사

[선교사이야기] [Mission Story][지역아동센터] "코로나 시대의 지역아동센터"_Sr.안미숙 마르셀리나, MSC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2-09 조회조회 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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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꿈을 위해 지지하고 응원하며,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온 세상 사람들이 처음 겪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서 많은 것이 중단되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멈춤의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 앞만 보고 달렸던 우리들 역시 잠시 쉼의 시간을 가지면서 그동안 보지 못한 것들을 새롭게 보고, 듣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더 귀를 기울일 기회 또한 가질 수 있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곳 지역아동센터도 코로나19로 인해 여러가지 상황들이 변했다.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코로나 초기에는 학교에 가고 싶어 하던 아이들이 1년 넘게 온라인 수업을 하다 보니 학교 가는 것을 싫어하게 된 것이다. 학교 가는 날은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하여 끼니도 거르고 잠을 잔다. 그래서 전화로 깨워야 겨우 일어나서 센터에 오는 일들이 잦아졌다. 


출발선부터 어쩌면 우리 아이들은 조금 늦게 출발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기에 두배 세배로 노력을 해야 함에도 먼저 포기하거나 가정형편으로 자신을 포기하는 경우들을 본다. 출발선의 작은 차이가 성장할수록 더 큰 차이로 벌어지기도 하기에 더 안쓰럽다. 물질적인 것들이 행복의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살아가면서 자신의 꿈을 가지고 그것을 향해 노력하려는 열정, 젊은 시절 도전의 기회를 가지지 못하고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안쓰럽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배움을 원하는 학생에게는 후원자를 찾아서 학원에 다니게 하고, 방황하면서 안 좋은 길로 들어서려는아이들은 담임 선생님과 의논하여 기다려주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돈이 없어서 학교를 선택하는데 고민이 많은 아이들에게는 장학제도로 지원하며 용기를 준다.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다 꿈이 있다. 그 꿈이 좌절되지는 않을까 불안해하는 아이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너희들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분들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체험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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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은 무엇일까?"


코로나 시대에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은 무엇일까? 무엇을 함께 해야 좋을까?" 아이들을 향해서 묻게 되고 자 자신에게도 묻는다. 언젠가 중고등부 학생들에게 센터에 오는 이유를 물었다. 첫째는 저녁식사를 할 수 있어서, 둘째는 공부할 수 있어서, 셋째는 가정에서는 보내줄 수 없는 현장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라고 했다. 이 이유들은 내가 소임하는 마음의 자세를 만들어준다. 나는 아이들과 먹거리를 나누고, 눈치 보지 않고 넉넉하게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한다. 어린 시절 밖에서 놀다가 집에 가면 언제든 편하게 맞이해주시는 부모님과 언제든지 먹을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는 간식들은 기쁘고 행복한 추억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행복 1순위는 먹거리다. 밥을 퍼주고 과일을 담아주면서 "얼마든지 더 먹어도 돼"라고 말한다. 엄마의 마음으로 준비해 주시는 조리사 수녀님은 언제든지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신다. 복지사 선생님은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서 나와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때로는 사춘기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힘들고, 인내해야 하지만 달래고, 들어주고, 어르면서 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만나기도 한다. 

아직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시대의 지역아동센터는 아이들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고마운 곳이다. 먼 훗날 자신들의 학창시절을 돌아볼 때, 힘든 시간 안에서도 지역아동센터가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기를 소망해본다. 고등부들은 대학생이 되면 봉사자로 이곳을 찾을 것이고, 돈을 벌면 후원자가 되겠다고 말한다. 가정에서 배워야 하는 기본적인 것들을 알려주는 어른이 없고, 체험해야 하는 것들도 많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세상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주고 싶다. 행복의 기준이 돈이나 명예, 지식이 될 수도 있지만, 진정한 가치를 통한 행복을 알려주고 싶다. 또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게 함으로써 받는 것에만 익숙하지 않고 감사함을 표현하면서 세상의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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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마음이 되어 아이들을 만나는 좋은 시간을 만들어 간다.


이곳을 이용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다문화가정, 한 부모 가정, 저소득층, 조손가정의 아이들이다. 부산광역시 동구에는 지역아동센터 18곳이 운영되고 있으나, 아직 이곳을 이용하지 못해 대기하는 아이들이 많다. 어느 시대에나 소외된 이웃, 어려운 환경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공부방으로 시작된 이곳이 지역아동센터로 자리잡은 지금도 예수님의 마음이 되어 이곳 사람들과 함께 한다. 때로는 아이들을 무작정 기다려준다는 것이 쉽지 않고, 실망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것이 참으로 고맙고 든든하다. 작년에는 3명의 아이들이 세례를 받았고, 올해는 견진성사도 받았다. 또 이들 중에는 사제가 되고 싶은 친구도 있다. 'Good_좋다'에서 'God'을 빼면 'o'만 남는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의 삶이 하느님과 함께 하면, 하느님의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한다면 'Good'일 것이다. 나의 삶도 그렇다. 하느님 없이 내 힘으로만 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음을 되새기며 오늘도 하루 소임을 시작하고 마친다.



출처_2021년 제 50호 「새마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