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이야기] [Mission Story][베트남] "코로나 가운데 피어난 사랑"_Sr. 빗 풍 안나, M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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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쓰기를 하면서 "하느님 고통스러운 세상을 굽어보소서" 라고 기도한다.
2년여간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쓸고 있다. 베트남, 호치민 도시도 5개월 동안 엄격하게 봉쇄되었다. 그래서 본당은 물론 신학원, 시장도 못 간다. 집에만 있다 보니 그동안 소홀했던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성경 쓰기를 시작했다. 성경을 쓰면서 "하느님 고통스러운 세상을 굽어보소서"라고 기도했다. 매일 뉴스를 통해 코로나 상황을 보았다. 도시가 격리되어도 확진자 수는 좀처럼 줄지 않았다. 매일 사·오천 명이 확진되었다. 이제는 먹고 사는 것이 더 큰 문제가 되었다. 베트남은 코로나를 이기기 위해 지혜와 힘과 마음을 모아 코로나를 예방하고 차단하며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와 같은 마음으로 베트남 교회도 많은 수도자를 "코로나 전선"에 여러 차례로 나누어 파견했다. 나는 의학에 대한 상식은 없지만 수도자로서 "코로나를 치료하는 훙브엉 야전 병원"에 파견을 받았다. 61명의 수녀님과 수사님들이 함께 코로나 확진자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매일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되도록 기도했지만, 일선 병원에 협조하는 파견을 받았을 때 기쁨보다는 두려운 마음이 먼저였다. 이 봉사활동이 나에게 마지막 봉사가 될 수도 있고, 내가 죽어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컸다. 이런 나의 마음을 통해 내가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주님, 약한 저에게 용기를 주십시오. 봉사하는 동안 저에게 어떤 상황이 찾아오더라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라고 기도했다. 나는 기도를 마쳤을 때 감사한 마음이 생기면서 편안해졌다. 마음의 준비가 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당할 수도 있는 코로나 피해에 대해서 생각만 해도 두렵고 불안한데 확진자들은 얼마나 마음이 불안할까?'
'우리 MSC 선교사는 시대의 징표를 읽고 응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이 세상의 부름에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가?'
이런 물음과 기도가 두려운 마음을 접을 수 있도록 해주었고, 병원에 나갈 날을 기다리게 해주었다.
봉사 활동 현장에서 우리의 적은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이고, 우리는 거의 모두가 의학 전문가들이 아닌 수도자들이다. 인간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 상황에서 우리가 약할 것 같지만, 하느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믿음으로 마음을 다졌다. 그리고 나는 환자와 병원을 놔두고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 특별한 상황에서 일할 때 가장 기본적인 것, 봉사자가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 이틀 동안 배웠다. 나는 의료 기구에 관련된 일과 응급실 청소하는 일을 배정 받았다. 처음에 의사와 간호사, 의료 종사자들은 우리가 누구인지 모를 뿐만 아니라 수도자라는 자체를 몰랐다. 그래서 우리를 부를 때 '동지'라고 불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서로 수녀님이라고 부르니까 수사님들에게는 남자 수녀님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우리가 활동을 마치고 공동체로 돌아갈 때가 되자, 계속 함께 일하자고 부탁하기도 했다. 일반 직원이나 봉사자들과는 우리가 다르다고 했다. 우리를 보고 하느님의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는 듯 했다.
응급실은 중환자들의 장소이다. 그들은 산소통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숨을 쉬기에 청소를 할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가 지금 자연스럽게 숨을 쉬면서 다닐 수 있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하느님께서 가장 좋은 기계를 만들어 내 몸에 넣어 주신 것 같았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방법 중 하나인 거리두기로 인해 환자의 가족들은 병원을 출입할 수 없다. 충혈된 눈으로 병원을 바라보기만 하는 병원문 밖의 가족들의 눈빛은 무기력한 슬픔의 눈빛이 아녔다. 사랑과 기도의 눈빛이었다.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한 체 사랑하는 사람을 하늘나라로 보내기도 했다. 하느님과 성인들이 이들을 맞이해 주리라는 희망으로 우리는 짠한 마음을 달랬다.
우리는 환자들을 위해 방호복 뒤에서 힘을 주는 한마디를 해준다. "사랑해요!"
매일 방호복을 입고 있기에 몸 전체,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을 비 오듯이 쏟았지만 환자들을 생각하면서 힘을 냈다. 이 작은 일을 통해 환자들이 빨리 낳아 집으로 돌아가기만을 바라며 기도할 뿐이었다. 신기하게도 몸이 힘들고 지쳤음에도 기도를 드리고 나면 힘이 생겼다. 병원의 특별한 상황으로 우리는 환자들과 마음대로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우리는 방호복 뒤에서 힘을 주는 한마디를 해준다. "화이팅!", "내가 너와 함께 있다", "여러분을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사랑해요!" 등등.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것과 우리를 통해 하느님께서 계속 사랑을 보낸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건강이 조금씩 좋아지는 분들이, 우리가 찾아와 주고 청소도 해주고, 여러가지로 도움을 주어서 많이 감사했다고 말해주었다.
나는 병실에서 나오는 기구들을 소독해서 세트별로 나누는 일을 하였는데, 어렵지는 않지만 정확하고 세밀함이 필요한 일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의료 기구 수도 늘었다. 그만큼 중환자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수도자로서 직접적으로 환자들을 돌봐주지는 못했지만, 묵묵히 기도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빨리 좋은 상황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고통 받고 있다. 가족이 아파도 집으로 가지 못하고 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의사와 간호사, 격리대에서 일하는 사람, 군인 등 많은 분들이 묵묵히 일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아이들은 부모님을 잃고, 늙은 어머니는 코로나로 봉사 중에 있는 아들을 잃고…, 코로나가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별을 하게 한다. 한편 작은 일에 큰 사랑으로 행한다면 평안하고 눈물을 닦아주는 세상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비록 나의 시작은 미흡하고 두려웠지만, 하느님을 위해 이웃을 위해 함께 한 시간과 기도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출처_2021년 제 50호 「새마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