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이야기] [Mission Story][PNG] "하찮은 것에도 감사하기"_Sr. 이미숙 나타나엘. M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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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마스크 없이는 집 밖을 나갈 수 없는 것이 일상화되어 버렸다. 이곳 파푸아뉴기니의 라바울은 청정지역이라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곳이다. 하지만 얼마 전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생겨나면서 학교는 물론 교통수단도 두절되었던 때가 있었는데, 오진이었음이 나중에 밝혀졌다. 이처럼 이곳은 의료시설이 아주 미약한 곳이기도 하다.
나는 파푸아뉴기니의 한 사범대학에서 종교과목을 가르치며 상담소임하고 있다. 상담을 하면서 알게 된 일이지만, 많은 학생이 가난하여 학비 걱정을 해야 하고 생활비 부족으로 최소한의 생필품도 가질 수가 없다. 남학생들은 면도기가 없어서 그냥 수염을 기르기도 한다. 처음에는 학교에서 학생들 위생관리를 왜 하지 않느냐고 불평을 하였지만, 그것도 역시 가난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추워도 옷 살 돈이 없어서 따뜻한 옷 없이 춥게 지낸다.(이곳은 열대지방이지만 6~8월이 낮에는 덥고 밤에는 기후가 17도까지 내려간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도 공부할 수 있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이곳 학생들은 20세가 넘은 성인이지만 아주 순수하고 단순하다. 학생들이 외출할 때는 우리 수녀회의 도로시 수녀님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이용한다. 수녀님이 운전하시는 차는 외출하는 학생들로 늘 만원이다. 이곳 학생들은 대부분이 자동차를 타 본 경험이 없다. 그래서 자동차 문을 열고 닫는 법이나 유리창을 올리고 내리는 방법도 다 알려주어야 한다.
개가 먹는 음식이라도 먹을 수 있음에 감사드리고
비틀 넛츠로 주린 배를 채우는 사람들
3학년에 재학 중인 시몬이라는 학생은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야만 집으로 갈 수 있는 고산지역에서 살다왔다. 시몬은 2018년 1월 이곳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탔다. 그러나 시몬은 중간에 경유하는 킴베의 호스킨 공항에서 내리고 말았다.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는 날이 저물어 가는 저녁때였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곳에 내려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두려웠다. 그래서 라바울에 살고 있는 사촌 형님에게 전화를 걸어 어렵사리 형님의 친구 집에 머물 수 있게 되었다. 그 친구는 막노동을 하는 가난한 노동자였다. 그가 시몬을 데리러 킴베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10시가 넘어서였다. 돈이 없어서 물 한잔도 마시지 못하고 하루 종일 굶은 시몬은 주린 배를 쥐고 먼지가 가득한 창고에서 하룻밤을 보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몬은 이곳에 올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그러나 배가 너무 고파 잠을 잘 수가 없었던 시몬은 남은 음식이 있느냐고 물었고, 개가 먹는 음식밖에 없다는 말에 그것이라도 주기를 원했다. 너무나 배가 고팠기 때문에 시몬은 개밥을 아주 맛있게 감사하며 먹었단다.
이곳 파푸아뉴기니의 가난한 사람들은 하루에 한 끼 식사만 겨우 한다. 이곳 사람들은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비틀 넛츠라는 마약 성분이 있는 열매를 먹는다. 비틀 넛츠는 먹으면 커피를 마셨을 때처럼 배고픔을 잊을 수 있기도 하고 때론 힘이 나기도 한단다. 지금 시몬은 학교 기숙사에서 하루 세끼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아주 감사하며 살고 있다. 학교 기숙사 아침식사는 일 년 365일 딱딱한 비스켓 한 봉지 또는 빵만 제공되고, 점심과 저녁 식사는 밥과 한 가지 반찬으로 먹는다. 이것도 매일 똑같은 메뉴이다.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식단이다. 하지만 이곳 학생들은 끼니마다 매우 감사하며 먹는다. 시몬 학생은 틈틈이 밭을 일구어 채소를 심고 가꿔서 시장에 내다 팔아 용돈을 마련한다. 그의 가난한 집안은 시몬을 도와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몬은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열심히 일하는 밝은 청년이다.
이곳의 그리스도인들은 많은 불평을 할 수도 있는 상황임에도 늘 미소를 머금고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순수한 마음으로 기쁘게 살아간다. 나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을 개가 먹는 음식이라도 감사하며 먹는 시몬과 비틀 넛츠로 주린 배를 채우고자 하는 이곳 사람들을 통해서 만나며 살고 있다.
출처_2020년 제 49호 「새마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