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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선교사

[선교사이야기] [Mission Story][필리핀]"예수 성심의 치료약"_Sr.김성경 레나, MSC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03-09 조회조회 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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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도 같았던 팬데믹을 겪은 우리 아이들의 고통은 예수님의 십자가의 고통을 묵상하게 합니다.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 왔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팬데믹 시간이 어느새 지나고 이제는 언제 아픔을 겪었던가 기억을 더듬어 보게 되었습니다. 팬데믹은 전쟁과도 같았다고, 전쟁보다 더 치열했다고들 합니다. 그 말에 저는 동의합니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고통만큼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있는 산마태오도 그러했습니다.

무허가 집 가정에는 외출 허가서가 없어서 먹을 것을 자유롭게 구하러 나갈 수 없었고, 누군가 아파도 소리 한번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예닐곱 명의 가족이 종이컵 한잔 양의 쌀에 물을 잔뜩 부어 끓인 쌀 물을 나눠 마셔야 했고, 혹여 바이러스에 걸리면 모든 가족이 세평 남짓한 집에서 30도가 넘는 더위를 감수하며 2주간의 격리 기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바랑가이(한국:주민보호센터)에서 공급할 수 있는 건 4킬로그램 정도의 쌀뿐…, 씻지도 먹지도 못하고 그렇게 견뎌야만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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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졸업식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특히 저로 하여금 충실한 예수 성심의 선교사가 되고 싶게 해주었습니다. 


저희 센터에서는 작년 8월에 6학년 아이들의 졸업식을 소박하게 치렀습니다. 기쁘게 웃으며 사진도 찍고 신나게 파티도 했지만, 우리는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함께 눈물을 흘렸고 지금, 여기 살아있음에 감사했습니다.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우리는 팬데믹으로 인해 잃은 것도 많았고 힘든 일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분 안에서 작은 것에도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 편인데…, 졸업식에 팬데믹 동안 엄마를 잃은 남자아이의 눈물을 보며 저는 다짐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저에게 주신 하느님의 아이들을 잘 돌보겠습니다."

지난 것에 아파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 그분께서 원하시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선택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선교사란 심부름을 잘하는 아이와 같아야 한다고 늘 성찰 시간에 되새깁니다. 하느님의 심부름을 하다가 저의 욕구나 고집이 심부름의 목적을 잊게 해서는 안 되지만 한 번씩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선택으로 다른 길을 가더라도 그분께서는 저의 선택을 믿어주셨고 기다려주셨습니다. 솔직히 초기 양성기 때에 우리 수도회의 카리스마에 대해 의문을 가질 때가 있었습니다. 

『예수 성심은 온 세상에서 사랑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혼돈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현 사회에 효과적인 치료약을 가져다주시려고 세상을 향하여 당신 성심을 활짝 여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세상에 이 치료약을 전해 주도록 그리스도께서 보내신 사람들입니다. 영성 사부 쥴 슈발리에, 1900

현시대의 악은 무엇인가? 현시대 악의 치료약은 무엇인가?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저는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작은 말 한마디로 하느님의 마음을 전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도움을 주는 것, 먹을 것이 없는 이들에게 식량을 나눠주고, 울고 있는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들의 발이 되어주고, 그들에게 나의 손을 내밀어 주는 것…, 저의 작은 몸짓과 따뜻한 말 한마디에 그들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체험하면서 우리 수도회 정신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를 통해 이루시고자 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잘 전달하는 것이 예수 성심의 치료약이었습니다.

기적의 치료약은 없었습니다. 믿음으로 성심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기적이었습니다. 저는 성심의 물과 피가 그들에게 전달되도록 그 길은 닦는 일을 잘하고 싶습니다. 저의 작은 노력으로 황무지와 같은 이들의 마음에 예수 성심께로 가는 길이 생기고, 저 또한 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 안에서 살아계신 예수 성심과 기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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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의 기도와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힘 없이 공부방에 온 아이들은 맛난 음식 한 끼를 먹고 나면 공부방 지붕이 뚫어져라 큰소리로 인사를 하고 각자의 길을 갑니다. 아이들은 따뜻한 한 끼로 어느 순간 행복해지고 또다시 뛰어놀 힘을 성심의 보금자리에서 얻습니다. 그 아이들의 길에 예수님의 축복이 가득하길 바라며 늘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기도합니다. 어려움에 닥친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이 글을 통해 감사의 인사와 예수님의 축복을 빌어드립니다. 우리 아이들은 성심의 사랑으로 무럭무럭 커갈 것이고 여러분의 기도와 사랑으로 그분 안에서 희망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성심은 온 세상에서 사랑을 받으소서.

언제나! 어디서나! 영원히!


출처_2022년 제 51호 「새마음」에서

*사진은 평화삼천 게시판에서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