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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선교사

[선교사이야기] [Mission Story][디딤자리]하느님께서 지켜내시는 소중한 생명들 _“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나의 귀염둥이 나의 사랑…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11-24 조회조회 5,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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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걸려온 전화


2020년 봄 어느 날,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은총(가명)이라는 아이가 현재 그 시설에 있나요?”
“네, 무슨 일이시죠?”
“아이의 부모가 아이를 찾고 있어, 친자 확인이 필요합니다.”

은총이는 두 돌을 앞둔 하얀 얼굴에 웃는 모습이 이쁜 다운증후군 여자아이다.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되어 서울시립 어린이병원을 거쳐 생후 5개월쯤 되었을 때, 우리에게 온 소중한 생명이자 선물인 아이다. 그즈음 은총이는 걷기 시작하였고,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이곳저곳을 다니며 귀여움을 독차지하였다. 은총이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베이비박스에 두고 갔던 부모가 아이를 다시 찾는다고...? 긴가민가했지만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기에, 일단 요청에 따라 친자 확인 절차를 밟았다. 그 절차를 밟으면서 나는 '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아이의 장애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과 시설보다는 가정에서 자라는 게 아이에겐 더 행복할 거라는 마음이었지만, 주님의 뜻에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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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돌 생일을 앞두고 원가정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수개월이 흘러 친자 확인검사를 의뢰한 분들이 은총이의 부모가 맞는다며 시설에 방문하셨다. 은총이를 안고 있었던 나는 아버지의 만남을 함께할 수 있었다.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 그를 쳐다보고 있는 은총이 그리고 나는 알 수 없는 감정으로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은총이는 그 가정에서 둘째 아이로 태어났고, 한국 사회에서 장애아를 키운다는 것이 두려워 후회할 선택을 하였다고 했다. 아버지는 은총이를 만나 말을 잇지 못했고, 하루라도 빨리 은총이를 가족에게로 데리고 가고 싶어 하였다.

은총이는 가정에 돌아가기 전, 적응을 위해 한 달 동안 가정 복귀를 위한 준비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 동안 모든 가족(엄마, 아빠, 오빠)이 처음으로 우리 시설에 왔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은총이의 어머니는 시설에 들어올 때부터 죄인인 듯 고개를 들지 못했고, 은총이를 보자마자 하염없이 오랜 시간 울부짖었다. '너무 미안하다고.. 자신이 잘못했다'라고 하며 은총이를 껴안고 우는 어머니, 어머니는 은총이를 그렇게 보내고 미안함과 죄책감에 매일 울며 제대로 잠을 잔 날이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고통의 나날을 보냈고 후회하고 또 후회하며 벌을 받더라도 아이를 찾겠다고 결심을 했단다. 은총이를 찾는 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며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계속 눈물을 흘리셨다. 평소 낯을 가리는 은총이는 그런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울지도 않고 엄마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부모와 자식 사이에 연결된 생명의 힘이 얼마나 크고 강한 것인지, 서로 엮어져 있는 보이지 않는 끈이 얼마나 단단한 것인지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순간 잘못된 선택을 하였지만, 다시 아이를 찾기까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텐데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렇게 은총이는 두 돌 생일을 며칠 앞두고 원가정으로 돌아갔다. 어머니는 은총이를 사랑으로 키워준 시설 엄마들께(직원) 정말 고맙다며 지금까지 은총이의 생일과 성탄절이 되면 간식과 은총이의 소식을 전해온다. 지금은 5살이 되어 장애통합 유치원에 다니며, 애교 넘치고 고집도 있는 예쁜 아이로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부모님의 사랑을 먹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은총이, 이제 은총이의 부모님은 장애아를 키운다는 두려움보다는 은총이 존재 자체로 행복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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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마음과 예수성심의 눈과 손길로 아이들을 사랑하기를 청하며 봉헌의 삶을 살아간다.


나는 2016년부터 이곳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장애영유아들의 보금자리(거주시설)인 “디딤자리”에서 소임하고 있다. 우리 시설에는 30명의 사랑스러운 장애영유아들과 소중한 생명인 아이들을 각자의 위치에서 지켜내고 있는 30여 명의 엄마, 아빠(직원)들이 있다. 이곳은 0세~8세까지 다양한 장애와 나이, 성격을 가진 아이들과 함께 우당탕탕, 시끌벅적한 매일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의 집이다. 우리 아이들의 80%는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베이비박스에서 장애아로 발견되었고, 20%는 입양시설에서 장애라는 이유로 입양이 되지 않아 우리 집으로 온 하느님께서 지켜내신 소중한 생명들이다. 

처음 이곳으로 소임을 받고는 부모라는 울타리 없이 살아갈 아이들의 미래와 8세 이후 또 다른 성인 장애인 시설로 가야 하는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에 그들의 예쁜 눈망울을 바라보며 많이 울었었다. 하지만 이런 마음들은 디딤자리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며 옅어져 간다. 하느님께서는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온 힘과 사랑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시며 지켜주시고 있음을 강렬하게 체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소중한 생명을 2020년 하반기부터는 만나기가 어려워졌다. 우리 시설의 아이들처럼 다운증후군 영아는 아예 만날 수가 없다.임신중절수술이 합법화된 후 베이비박스와 입양시설에서는 장애를 가진 새 생명들을 만나기 어렵다. 여러 검사를 통해 아이의 장애가 의심되면 바로 임신중절수술을 행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 같다. 임신중절이 현실화되면서 소중한 하느님의 생명들이 세상에서 꽃피우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현실에 마음이 아프다.

우리는 비록 아이들이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더라도, 존재 그 자체로 너무나 소중한 하느님의 뜻이 깃들어 있음을 매일 체험한다. 장애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부담과 힘듦, 두려움 등 많은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하겠지만, 그 어떤 이유보다도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세상에 태어나게만 해준다면 하느님께서 지켜내시고 돌보아주심을 믿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구약 성경 이사야서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나의 귀염둥이 나의 사랑”(이사 43,3)이라는 말씀은 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하게 한다. 디딤자리에서의 아이들을 보면 주님의 이 말씀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낀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염둥이, 사랑인 우리 아이들… 하느님의 마음, 눈과 손길로 매 순간 아이들을 사랑으로 지켜주고 보살펴 줄 수 있기를 청하며 오늘도 봉헌의 삶을 살아간다.


-제6회 생명수호체험수기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Sr.김민정 호세아, MS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