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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선교사

[나의성소이야기] [Vocation Story]"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내 사람이다"_Sr. 손애경 마리쟌느, M…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2-03-14 조회조회 3,7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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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내 사람(사랑) 이다.”(이사야 43,1)


‘성소’ 거룩한 부르심, 20여 년 전 내가 이해하고 알고 있던 부르심의 그 주도권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부르셔도 내가 응답해야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기에…. 그러나 ‘라파엘의 집’ 이라는 맹·중복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곳에서 일을 하면서 만난 세상은 정말 새롭고 인간적 시선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장애우들은 평생을 볼 수 없고, 들을 수도 없고,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암흑의 세상을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나의 가치관으로 그들은 이 세상 누구보다도 불행하고 절망의 삶을 살아가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은 이 세상 누구보다도 해맑았으며, 자신의 손을 잡고 계신 볼 수 없는 그 누군가를 온전히 믿고 의지했다. 누군가를 온전히 믿지 못하고 자신의 능력과 스스로의 의지만을 믿고 살아온 나에게는 너무도 충격적이고 혼란스러운 체험이었다. 이들을 보면서 이런 상황을 보고만 계시며 이 모든 것을 허락하신 하느님이라는 존재는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이들을 이 세상에 존재하게 하셨을까?',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고, 암흑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데…. 그런데 이들은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미소 지을 수 있을까?' 나는 그 곳에서 6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장애우들과 살면서 나의 질문들의 답을 찾을 수 있었고,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진정한 자유와 사랑이 무엇인지 그리고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만나고 찾을 수 있었다.

인간적인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 들을 수 없는 것 그리고 느낄 수 없는 것을, 이곳에 사는 이들은 보고, 듣고, 느끼고 있었다. 하느님의 눈으로 귀로 마음으로….


나는 이 시기에 좀 더 온전히 하느님을 만나는 삶을 살고픈 마음에 수도 생활을 갈망하게 되었다. 그러나 응답의 시간은 꾀나 오래 걸렸다. 나의 욕심, 욕구, 아집, 신념으로 가득 차 있던 나의 삶 속에는 하느님이 머물 곳이 없었다. 이런 나를 부르시고 내가 응답하기를 기다리신 하느님…, 물론 입회를 결정했을 당시에도 온전히 하느님께 맡기고 의탁하지 못했었다. 나의 선택이라고 생각했고 나의 의지와 노력으로 충분히 살 수 있으리라 믿었다. 

나는 초기 양성기, 유기 서원기, 종신서원을 거치면서 나의 의지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삶이 수도생활임을 그분의 부르심과 허락하심이 없으면 지속할 수 없음을 고백하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부르심을 믿고 온전히 내가 아닌 그분을 믿고 따르는 것임을…, 내가 볼 수 없는 것, 들을 수 없는 것 그리고 느낄 수 없는 것은 하느님을 통해서만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음을….


물론 지금도 나의 시선에 가로막혀 헤맬 때가 종종 아니 꾀나 자주 있지만, 그 순간 나는 멈추고 하느님의 눈을, 귀를 그리고 마음을 찾고 만나고자 한다. 그러면 그분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내 사람(사랑)이다.”